달력에는 가을이 시작됐다고 하는데, 밖에 나가면 여전히 한여름 같습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왜 요즘은 처서가 지나도 이렇게 더울까요?
오늘은 처서의 뜻부터 늦더위가 계속되는 이유까지 하나씩 알아봅니다.
처서란 무엇일까?
처서(處暑)는 24절기 가운데 열네 번째 절기입니다. 한자로는 ‘더위가 그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처서 무렵이 되면 한여름의 무더위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다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처서가 왔다고 해서 그날부터 갑자기 더위가 끝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절기는 계절의 흐름을 나타내는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기온은 해마다 기상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왜 처서가 지나도 더울까?
처서는 ‘더위가 그친다’는 뜻이지만, 처서가 되었다고 무더위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8월 하순에도 우리나라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계속 받으면 덥고 습한 공기가 머물고, 강한 햇볕까지 더해져 낮 기온이 높게 오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상층의 티베트고기압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 더위가 한층 강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처서 이후에도 늦더위가 이어지는 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처서 이후까지 더위가 이어졌고, 8월 하순 전국 평균기온이 27.8℃로 평년보다 3.9℃ 높아 역대 가장 높았습니다.
결국 ‘처서가 왔다 = 바로 가을 날씨가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절기는 계절이 바뀌어가는 흐름을 알려주는 기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선선해질까?
처서가 지나면 아침저녁 공기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전국이 동시에 선선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과 날씨 상황에 따라 늦더위가 이어질 수 있고, 낮에는 여전히 30℃ 안팎의 더위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8월에도 전국 여러 지역에서 폭염특보와 열대야가 이어졌습니다. 기상청 역시 8월 중순 이후 예보기간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따라서 달력의 ‘처서’만 보고 가을이 왔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아침 최저기온이 내려가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지는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날 아침 문을 열었을 때 공기가 전보다 가볍고 선선하게 느껴진다면, 그때가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진짜 가을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처서 매직’이라는 말은 왜 생겼을까?
요즘 처서가 가까워지면 인터넷에서 ‘처서 매직’이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처서 매직은 처서와 영어 ‘Magic(마법)’을 합친 말입니다. 처서가 지나자마자 무더위가 마법처럼 사라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다는 뜻에서 생긴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옛말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입니다. 처서 무렵이면 더위가 누그러져 극성을 부리던 모기의 기세도 약해진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처서 매직’이 매년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처서 이후에도 무더위가 길게 이어지는 해가 나타나고 있어, 처서라는 날짜 하나만으로 더위가 끝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무더운 여름 끝에 “이제 처서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시원해지겠지” 하고 기대하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기다리는 진짜 처서 매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서에 알아두면 재미있는 생활상식
처서는 단순히 더위가 물러가는 날만은 아니었습니다. 옛사람들에게는 여름을 정리하고 가을을 준비하는 생활의 기준이기도 했습니다.
① 처서가 되면 벌초를 시작했습니다.
처서 무렵에는 뜨거운 햇볕이 한풀 꺾이고 풀의 성장도 서서히 둔해진다고 여겨, 논두렁의 풀을 베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하곤 했습니다.
② 장마에 눅눅해진 책과 옷도 말렸습니다.
여름 장마 동안 습기를 머금은 책이나 옷을 햇볕에 내어 말리는 것을 ‘포쇄(曝曬)’라고 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가을맞이 대청소와 습기 제거를 함께 했던 셈이지요.
③ 처서에는 농부들이 비를 반기지만은 않았습니다.
벼가 익어가는 중요한 시기라 처서 무렵의 비가 농사에 좋지 않다고 여긴 지역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서 날씨를 보며 그해 농사의 풍흉을 짐작하는 풍습도 전해집니다.
④ 그리고 재미있는 말도 있습니다.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을 타고 온다”는 표현이 전해집니다. 무더운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의 기운이 찾아오는 모습을 참 예쁘게 표현한 말입니다.
달력 속 작은 글씨로만 보였던 ‘처서’. 알고 보니 그 안에는 날씨뿐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농사와 생활, 그리고 계절을 바라보는 지혜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처서가 오면 가을도 한 걸음 가까워집니다
처서가 왔다고 해서 무더위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뜨거웠던 여름이 조금씩 물러나고 계절이 가을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는 때인 것은 분명합니다.
낮에는 여전히 덥더라도 어느 순간 아침저녁 바람에서 전과 다른 서늘함을 느끼게 됩니다.
처서는 더위가 끝나는 하루라기보다, 여름이 가을에게 천천히 자리를 내어주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오늘도 하나 알았습니다.
처서가 지나면 무조건 시원해지는 것이 아니라, 가을로 향하는 계절의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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